안녕하세요, 솬씨티입니다.
지난 주말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글에는 다소 영화 미나리의 스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 78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수상 및 후보를 휩쓸고 있는 영화 미나리를 보았습니다.
전반적인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 이민자 가족이 시골에서 농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 속에 느껴지는 한 가정을 안전하게 이끌고 싶은 가장의 무거운 책임감, 그 안에서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이 걱정되는 아내, 자연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위험한 요소에는 경계심을 갖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비록 글도 못읽고 현실 감각이 떨어졌지만 당신 딸과 손자손녀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할머니.
보통 할머니의 사랑이나 이민 가족의 애환 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이콥(스티븐 연) 인물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 가정을 이끌기 위해 농장 운영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아끼고 손수 할 수 있는 일이다고 판단이 되면 몸이 망가질 정도로 갖고 있는 시간과 정력을 농장 규모를 키우는 데에 다 씁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의 진심을 다하는 지성이 하늘을 감동시킨 것일까요.
결국 농장 운영에 필수 요소인 저수지 수맥을 찾는 데에 성공하고 폴이라는 한 남성을 충원하면서 농장 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가장의 책임감이라는 명분 아래에 다소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폴의 농사 번영을 위한 기도를 무시하였으며, 농장에 쓰이는 물이 부족하여 가정용 식수를 대어 가족들이 물을 쓰지 못하는 상황까지 초래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아들 데이비드의 병을 진단하는 길에도 농장 생각 뿐이었습니다.
영화 관객분들 중 누군가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마지막에 채소 창고가 다 불타게 된 것도 어쩌면 제이콥의 독선적인 면이 불러온 결과 아닐까 생각도 했습니다. 결국 치매 걸린 장모님까지 혼자 방치해 둔 셈이니까요.
누군가는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 가족의 애환에 대해 슬픔을 느꼈을 겁니다.
물론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안타까웠으며, 약한 국력이 곧 국민들에게 짐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곧 환경적인 요소 때문에 개인적인 능력으로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없구나 하는 무력감으로 인해 허무주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봤을 때,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한 가장의 위치를 이용한 독단적인 모습(부인의 만류 등) 때문에 성공할 수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것도 없는 토지에 농장 사업을 성공시키기에는 한국 이민자 가족들에게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농장 사업이란 단순히 농사만 잘되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농사(생산)-영업-마케팅-유통-판매-재고 관리 등 수많은 비지니스 프로세스를 거쳐야 합니다.
제이콥은 과연 이런 모든 과정을 염두에 두고 농장 사업을 추진한 것일까요?
아니면 구체적인 계획 없이 단순히 가족을 잘 멕이고 풍요롭게 살게 해주겠다라는 원대한(?) 포부만 가지고 추진한 것일까요?
사실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 될 때까지 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그 과정 속에서 자기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힘든 것이겠죠.
항상 일이 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작은 일에도 치밀하고 완벽에 가까운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겠죠.
어떤 가슴 뭉클하게 하는 이상적인 꿈이나 감성에 의존한 도전은 위험합니다.
제이콥의 가족은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는 이유는 과연,
1900 후반 년도의 한국 이민자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혹독한 환경이어서?
혹은
제이콥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순간의 선택 때문일까요?
이 세상에 단일 요소로 정해지는 것은 하나도 없겠지만,
한 번 쯤 깊게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미나리에 대한 제 개인적인 리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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